연구에 참여하다

학부를 졸업하고 나면 대학원을 갈 거라는 건 나에게 늘 너무 당연한 사실로 다가왔던 것 같다.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, 심지어는 가면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, 논문을 써야 한다는 걸 알기 전에도… 어째선지 대학원 자체는 내 삶에서 늘 staple과 같은 존재였다. 성장 환경의 영향일까? 여하튼, 정말이지 ‘늘’ 그랬다. 대입을 치를 때만 해도 내 관심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붕괴하는 충격적인 시기를 지나고 나서, 용케 하고 싶은 걸 찾았다. (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전공 선택하고 나서 알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) 아, HCI가 재미있구나. 뭘 만들어도 사람이 쓸 수 있게,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, 어떤 방식으로 써 볼 수 있는지 고민해볼 수가 있구나. 하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동화되었던 것 같다.

열심히 해 버릇 하는 습관이 있어서 다행이었다. 정보문화학 진입하고 첫 학기에 ‘전필이라서’ 들었던 수업에서 멋진 사람들을 만났다. 얼굴도 뵈어본 적 없는 교수님께 연구 주제가 맞아서 인턴 연락을 드렸노라는 팀원 언니의 말을 듣고,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무모하게 이것저것 던져 보기 시작했다. 뵌 적도 없는 분께 연락드리기엔 너무 소심한 사람이라, HCI 기초 수업을 해 주신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. 교수님, 혹시 이번 여름에 인턴 받으시나요. 그렇게 ‘찐 HCI 사람’의 삶이 시작됐다.

또 참 대단한 우연으로, 진입한 전공에서 친구를 만들어보겠노라는 굳센 다짐에서 랩실 TA로 일하기 시작한 학기에 굉장히 열정 넘치는 대학원생 분이 학과 조교를 맡아주셨다. 교수님은 조교질 하기 좋아하는 친구라고 (ㅋㅋㅋ) 말씀하시지만, 그만큼 아는 게 많이 없는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것도 같고. 여하튼 그렇게 피눈물 쏟는 한 학기가 지났더니, 학기말에 조교님이 우리를 꼬셨다. 해수야, 애들 모아서 게임 만들어서 연구해보자. 게임 만드는 얘들은 게임 기획하고, 우리는 개발하고 논문 쓰고.

(그 때는 이게 이렇게 될 줄 몰랐지)

직접 뭐라도 만들어보기

어디어디 학회에 낼 거라는 말도 듣긴 들었다. 학회에 대해서 아는 것도 아직 많이 없는 입장에서는 그냥 이걸 내면 외국 어디어디로 갈 수 있다~ 정도의 의미였지만, 그래도 마냥 좋았다. 해볼 만 했다.

사실 나는 CSS 담당으로 영입되었는데… 웹을 안 건드려봤던 건 아니었는데 늘 CSS에서 막혀서 뭔가 엉망진창이 되고, 때려친 웹사이트만 수 개였다. 그런데 내가 CSS 담당을? 웹 담당을? 간단한 프로토타입 구현 수준의 개발이야 할 수 있지만, 내가 저걸 과연 할 수 있을까?

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떻게든 해냈다. 이래서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해 보라고 하는 걸까… 외국에서도 코딩했고, 밤 새서도 코딩했고, 공항에 앉아서도 했다. 명확하게 주어진 목표가 있고, 구현해야 하는 디자인도 있으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졌다. CSS를 제외한 모든 웹 개발을 담당한 석사님은 한 고생 하셨지만 ㅎㅎ

프로젝트 웹사이트 에서 완성된 결과물을 플레이해볼 수 있다!


Part 1이라고 적어 두기도 했고… 할 말도 많고, 무엇보다 Closing Keynote가 시작했으니 나머지 이야기는 천천히 적어야겠다.

앞으로 할 이야기들… 페이퍼 쓰기, 어드바이저 한 명 없이 혈혈단신으로 네트워킹하는 병아리 학부생 (이 글의 시작 자체가 네트워킹에 지쳐 혼자 학회장에 앉아 써지고 있다는 것에서 나의 네트워킹이란 이미 물 건너 갔음을 알 수 있다), 포스터 세션과 트랙 후기, 그리고 설레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병아리적 소회? 정도가 있을 것 같다. 천천히 풀어 봐야지. :)